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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마케팅캠페인

레드불(Red Bull)은 어떻게 최고의 브랜드가 되었나

에너지 드링트 레드불 

 

예거밤과 레드불 제품이미지 (source : jagerkorea.tistory.com / 레드불 홈페이지)

 

예거밤. 예거마이스터에 레드불을 섞어서 먹는 칵테일은 요즘 가장 인기있는 술입니다. 레드불은 몇년 간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오지 않아 유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만 퍼졌던 그 음료수입니다. 미국에서 트레일러 기사들이 마시면 24시간은 잠을 자지 않아도 거뜬하다는 등의 소문이 나면서 몇 캔씩 레드불을 구해 시험 기간에 마시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그대로 잠은 쿨쿨 잘 잤습니다만...

 

암튼 레드불이 카페인 함량을 낮추고 동서식품을 통해 국내에 상륙하면서 유사한 카테고리의 핫식스, 야, 박카스, 비타500 등이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음료 시장이 유통의 싸움이기 때문에 레드불이 고전을 하고 있긴 합니다만... 아무튼 오늘은 에너지 드링크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낸 레드불의 브랜딩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경영자 vs 마케터 (원제 : War in the boardroom) 

 

 

사실 이 포스트를 쓰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알 리스와 로라 리스의 경영자 vs 마케터라는 책을 보고 나서 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브랜딩이 잘된 사례로 레드불을 뽑고 있어 레드불의 브랜딩 사례를 살펴 보면 이 책의 핵심 개념을 모두 이해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알 리스는 아마 많이 아시는 것 처럼 잭 트라우트와 함께 포지셔닝, 마케팅 불변의 법칙 등의 마케팅 명저를 저술하였습니다. 상대적으로 로라 리스는 국내에 좀 덜 알려졌는데요. 알 리스의 딸이고 TBWA에 근무하다 아버지와 동업해 사업을 시작했고 이후 '브랜딩 불변의 법칙' 등의 서적을 공저하였습니다. 부녀의 가장 최근작이 바로 '경영자 vs 마케터'입니다.

 

원제는 War in boardroom, 번역하면 '회의실에서의 전쟁' 정도가 됩니다. 전쟁의 맞수가 바로 경영자와 마케터입니다. 경영자와 마케터의 대결은 CEO와 CMO의 전쟁이 될 수도 있고 클라이언트와 에이젼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선 경영자와 마케터가 무엇이 다르고 왜 싸우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위 이미지에서 왼쪽에 해당하는 것이 경영자입니다. 좌뇌 발달형으로 이성적인 경영자는 주로 숫자에 민감합니다. 매출, 손익, 성장률 같은 지표에 민감합니다. 오른쪽에 있는 것이 우뇌 발달형의 마케터입니다. 이들은 소비자의 인식, 브랜드, M/S 등에 민감합니다. 저자는 물과 불처럼 다른 이들을 서로 이해하고자 이 책을 저술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이제 레드불의 브랜딩 사례를 통해 경영자와 마케터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영자 vs 마케터에서는 25개의 차이를 다뤘고 저는 대표적인 5개의 차이를 통해 레드불이 어떻게 최고의 브랜드가 되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경영 분야는 현실을 다룬다 : 마케팅 분야는 인식을 다룬다.

 

(source : http://killingbirdswithstones.com)

여러분은 콜라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먼저 코카콜라가 떠오르실 겁니다. 그리고는 이텔릭체의 멋진 BI, 붉은 색, 여성의 몸을 본따 만들었다는 병, 청량감, 시원함, 캬~ 소리 까지가 연상이 됩니다. 그렇다면 펩시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이런 질문을 드린 이유는 현실인식의 차이를 말씀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펩시의 블라인드 테스트는 유명합니다. 눈을 가리고 코크와 펩시를 마시면 많은 사람들이 펩시를 선택한다고 대대적으로 알렸던 그 캠페인 말입니다. 이게 바로 펩시가 바라봤던 현실입니다. '펩시가 더 맛있다.' 그렇다면 인식은 어떨까요. 누구도 눈을 가리고 콜라를 마시는 사람은 없습니다. 코크를 마시면서 사람들이 느끼는 바로 그 느낌이 바로 인식의 차이입니다.

 

실제 펩시는 인식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펩시 제너레이션'이라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고객들에게 코카콜라는 올드하다는 암묵적인 이미지를 심어주고 주고 펩시를 마시는 사람은 젊으며 이들 세대는 기존의 세대와는 완전히 다르다는 캠페인 이었습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나왔던 광고가 '펩시 제너레이션' 캠페인의 일부였습니다. 실제 시장의 반응은 좋았지만 펩시는 이 마케터적인 캠페인을 금세 끝내고 레스토랑 체인을 장악해 점유율을 높이는 경영자적인 방법으로 전략을 변경했습니다. 소비자의 인식의 프레임을 바꾸려했던 '펩시 제너레이션' 캠페인이 지속됐다면 어쩌면 펩시가 코크를 이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레드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레드불 하면 에너지, 힘 이런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일반적인 캔 보다 폭이 좁고 길이가 긴 캔 모양에서는 남성의 성기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이렇게 레드불은 명확하게 고객의 인식을 장악했기에 성공적인 브랜딩을 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2. 경영 분야는 브랜드 소유하기를 원한다 : 마케팅 분야는 카테고리 소유하기를 원한다.

 

음료시장 카테고리 (source : http://www.yaleruddcenter.org/)

경영자는 브랜드를 좋아합니다. 특히 여러 브랜드를 소유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것을 선호합니다. 코카콜라의 경우 음료(beverage) 시장은 8개 카테고리에 모두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레귤러 소다(코카콜라/스프라이트), 에너지드링크 (풀쓰로틀), 다이어트 소다(다이어트 코크, 코카콜라 제로), 그냥 물(다사니), 100% 쥬스 (미닛메이드), 과즙 음료(환타, 네스티), 스포츠 음료(파워에이드), 향음료(비타민 워터)...

 

요즘 코카콜라가 위기라는 이야기가 심심치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음료 업계(Beverage market)의 빅3는 코카콜라, 펩시, 닥터페퍼 순이고 코카콜라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오고있습니다. 메가 트랜드인 웰빙 때문에 탄산음료라는 시장의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입니다.알 리스와 로라 리스는 브랜드와 카테고리의 관계를 빙하에 비유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품 카테고리와 브랜드는 하나로 묶여 있다. 빙산이 녹으면 브랜드 역시 녹는다. 우뇌형인 마케팅 분야 사람들이 대부분 제품 카테고리를 우선시하고 그 다음에 브랜드를 생각하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 경영자 vs 마케터 본문 中' 

 

탄산음료라는 카테고리에 빙산 위의 부분이 코카콜라고 에너지음료라는 카테고리에 빙산 위의 부분은 레드불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으나 에너지 드링크 시장은 2010년 기준으로 13%를 차지하고 있고 계속 성장하고 있으니 빙하의 크기 자체가 커지고 레드불의 브랜드 가치 역시 동반 성장 할 것입니다.

 

3. 경영 분야는 ‘최초의 제품’이 되려고 노력한다 : 마케팅 분야는 ‘최초의 브랜드’가 되려고 노력한다.

 

2번에서 말씀 드린 것처럼 좋은 브랜드는 카테고리를 대표합니다. 많은 경우 이런 브랜드는 최초의 제품이 많습니다. 포스트잇, 스카치 테이프 같은 브랜드가 이런 케이스입니다. 그래서 경영자들은 혁신을 통해 최초의 제품을 만들라고 말합니다. 알 리스와 로라 리스는 최초의 제품이 아니라 최초의 브랜드를 만들라고 말합니다. MP3 플레이어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아이팟은 최초의 제품이 아닙니다. 최초의 MP3 플레이어 제품은 크리에이트브에서 나왔습니다. 국산 브랜드인 새한미디어의 MP3도 아이팟 보다 먼저 나왔습니다. 아이팟이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것은 최초의 제품이기 때문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최초의 브랜드 이기 때문입니다. 

 

최초의 제품과 최초의 브랜드 (라포비탄, 박카스, 크라팅다엥, 레드불)

에너지 드링크 카테고리를 대표하는 레드불도 최초의 제품이 아닙니다. 태국의 크라팅다엥이라는 어려운 이름의 제품이 바로 레드불의 시초가 된 제품입니다. 태국 여행 중에 이 제품을 보고 사업을 구상한 오스트리아의 디트리히 마테쉬츠(Dietrich Mateschitz)가 크라팅다엥을 레드불로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 레드불의 시초입니다. 아주 재미있는 점은 크라팅다엥이 한국의 박카스와 일본의 리포비탄이라는 자양강장제를 레시피로 만든 제품이라는 점 입니다. (source : Wikipedia Krating Daeng 항목)

 

레드불이 이런 최초의 제품들을 제치고 최초의 브랜드가 된 것은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브랜드 였기 때문입니다. 레드불 이전에는 에너지 드링크라는 음료 카테고리는 없었습니다. 스니커즈 같은 바 형태의 에너지 바(Energy Bar)라는 카테고리가 있었을 뿐입니다. 레드불은 에너지 바를 참조해 독특한 에너지 드링크라는 카테고리를 만들었고 이 카테고리의 대표 브랜드가 되었습니다.

 

4. 경영 분야는 ‘한 방에 뜨기’를 고대한다 : 마케팅 분야는 ‘천천히 이륙하기’를 기대한다.

 

경영자들은 말그대로 한 방에 뜨기를 기대합니다. 가장 많은 마케팅 비용이 투여되는 시기가 바로 신제품 런칭 시기입니다. 360도 IMC를 외치며 온/오프라인 전방위에 폭탄처럼 메시지를 전합니다. 하지만 실제 성공한 브랜드는 한 방에 뜬 브랜드 보다는 천천히 이륙한 브랜드가 더 많습니다. 에너지 드링크 시장을 보겠습니다.

 

 

에너지 드링크 시장의 성장률을 보겠습니다. 레드불이라는 브랜드가 만들어 진 것은 1987년입니다. 오스트리아에 선보인 레드불은 1992년 헝가리와 슬로바키아에 진출을 시작하여 1997년에 미국 시장(캘리포니아)에 처음 선을 보이고 2000년에 미국 나머지 지역에 진출합니다. 

 

본격적으로 매출이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위 표에 나타난 것 처럼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13년이 지난 2001년입니다. 2001년을 기준으로 5년 뒤인 2006년에 매출이 2배가 되었으니 우리가 기대한 것 만큼 매출이 로켓처럼 성장한 브랜드는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매출이 로켓처럼 몇 배씩 성장하는 목표 성장률 그래프를 많이 보셨을 것 같습니다. 경영자는 이처럼 매출이 로켓처럼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현실의 매출보다 인식 속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천천히 비행기처럼 이륙한 브랜드들이 로켓처럼 매출이 올라간 브랜드 보다 오래 살아남을 거라고 리스 부녀는 말합니다.

 

5. 경영 분야는 경쟁 업체를 따라간다 : 마케팅 분야는 경쟁 업체와 반대로 간다.

 

레드불의 카피캣들

레드불의 성공에 수 많은 카피캣(Copy Cat)이 등장했습니다. 신생업체 뿐만 아니라 코카콜라, 마운틴듀에서 유사한 에너지 드링크가 나왔습니다. 위의 이미지를 잘 보시면 레드불의 트레이드 마크인 8.3 온스 용량과 얇고 높은 캔 모양입니다. 이런 많은 브랜드들을 제치고 에너지 드링크 시장의 No.2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몬스터입니다. 몬스터는 조금 다른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No 2. 몬스터의 전략

몬스터는 캔 음료 용기로는 파격적인 16온스의 캔을 사용합니다. 다른 브랜드들이 1등 레드불을 따라갈 때 몬스터는 반대로 가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정말 괴물 같은(?) 전략이지만 1등과 반대로 가는 전략으로 몬스터는 에너지 드링크 시장에서 레드불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경영자 vs 마케터라는 책을 정리하려고 쓰기 시작한 포스트인데 내용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많은 대학생들이 알 리스와 잭 트라우트의 포지셔닝을 읽으며 마케터의 꿈을 꾸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경영자 vs 마케터'라는 책은 포지셔닝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생각 해볼 만한 것들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또 책을 읽는 내내 레드불 같은 브랜드를 만들어 보고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레드불의 창업주 디트리히 마테쉬츠의 사진을 끝으로 포스트를 마치겠습니다.

 

레드불 창업주 디트리히 마테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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